이릿톡 매거진
술 마신 다음 날 얼큰한 국물, 정말 속이 풀릴까?
얼큰한 국물로 숙취가 풀린다는 근거는 찾기 어렵고, 오히려 쓰린 속을 더 자극할 수 있어요. 술이 이미 위를 자극해 놓았는데, 매운맛은 건강한 사람 가슴도 쓰리게 했고 해장국 한 그릇은 하루 나트륨 기준의 1.5배였어요. 해장은 물을 넉넉히 마시고, 덜 맵고 맑은 국을 건더기 위주로 먹은 뒤 푹 쉬는 걸로 충분해요.
전날 회식이 길어진 아침, 머리는 지끈거리고 속은 울렁거려요. 그럴 때 저절로 떠오르는 게 빨간 국물의 짬뽕, 뚝배기에서 끓는 뼈해장국, 매운 라면이에요. 한 숟갈 뜨면 땀이 쭉 나면서 "아, 살 것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오죠. 그런데 그 시원한 느낌만큼 몸도 정말 회복되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술 마신 다음 날 얼큰한 국물이 속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차근차근 알아볼게요.
술 마신 다음 날, 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알코올 연구소(NIAAA)는 숙취가 생기는 까닭을 여러 가지로 설명해요. 그중 하나가 위예요. 술은 위 안쪽 벽을 직접 자극하고, 위산도 더 많이 나오게 해요. 그래서 다음 날 속이 메스껍고 불편한 거예요.
물도 빠져나가요. 술을 마시면 소변이 잦아져서 몸에 물이 조금 모자란 상태가 돼요. 목이 타고, 피곤하고, 머리가 아픈 데에 이 물 부족이 한몫하는 것으로 보여요. 잠도 문제예요. 금방 잠들기는 해도 자꾸 끊기고 일찍 깨서 다음 날 더 피곤해요.
숙취는 몸속 술이 거의 다 빠져나갔을 때 가장 심해요. 하루 넘게 이어지기도 해요. 그러니까 해장하러 나서는 아침의 위는 이미 한 번 자극을 받아 예민해진 상태인 거예요.
그 속에 매운 국물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요?
먼저 매운맛의 정체부터 알아 둘게요.
매운맛 성분(캡사이신) — 고추에 들어 있는 성분이에요. 몸속 감각 신경을 건드려서 아프거나 타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요.
2024년 대만의 한 병원 연구팀이 건강한 어른 16명에게 실험을 했어요. 식도 검사를 하면서 매운맛 성분이 든 고추 소스를 흘려 넣었을 때와 소금물(식염수)을 넣었을 때를 비교했어요. 고추 소스 쪽에서 가슴이 타는 듯한 쓰림이 뚜렷하게 늘었어요. 16명은 아주 적은 인원이에요. 그래도 속이 멀쩡한 사람조차 매운맛 성분이 닿으면 쓰림을 느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해요.
평소 식습관을 살펴본 연구도 있어요. 2026년 이란 연구팀은 이란과 중국에서 이뤄진 식습관 조사 결과를 합쳐서 다시 계산해 봤어요. 매운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들에게서, 뚜렷한 이상이 없는데도 윗배가 자주 불편한 증상(기능성 소화불량)이 약 32% 더 많이 보였어요. 예를 들면 비슷한 사람 100명 중 10명에게 이 증상이 있다면, 매운 음식을 자주 먹는 쪽에서는 13명쯤인 정도예요. 명치가 아프거나 타는 듯하다는 사람도 더 많았어요.
두 결과를 이어 보면 이래요. 매운맛은 멀쩡한 속에도 쓰린 느낌을 만들 수 있어요. 술로 이미 예민해진 위라면 그 느낌이 더 크게 올 수 있겠죠. 다만 여기부터는 짐작이에요. 술 마신 다음 날에 매운 음식을 먹여 본 연구는 아니거든요.
얼큰한 국물 한 그릇은 얼마나 짤까요?
맵기만 한 게 아니에요. 국물은 짜기도 해요. 기준부터 알아 둘게요.
하루 기준치(1일 영양성분 기준치) — 어른 한 명이 하루에 먹는 양의 기준으로 삼는 숫자예요. 나트륨은 2,000mg이고, 소금으로 치면 5g쯤이에요. 예를 들면 찻숟갈 하나 정도예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소속 평가원은 전국 음식점의 음식을 거둬 와 성분을 직접 재고, 2017년에 자료집으로 냈어요. 뼈다귀해장국 한 그릇에 든 나트륨은 3,088mg이었어요. 하루 기준치의 1.5배가 넘어요. 아침 한 끼로 하루 치를 다 채우고 반나절 치를 더 먹는 셈이에요.
| 한 끼 | 나트륨 | 기준 대비 |
|---|---|---|
| 집밥 한 끼 평균 | 1,031mg | 절반쯤 |
| 음식점 한 끼 평균 | 1,522mg | 4분의 3쯤 |
| 선지해장국 한 그릇 | 3,075mg | 1.5배 |
| 뼈다귀해장국 한 그릇 | 3,088mg | 1.5배 |
표에서 집밥과 음식점은 사람들이 한 끼에 실제로 먹은 평균이에요. 해장국은 큰 대접 한 그릇(1,000g)에 국물까지 든 양이에요.
평소 식사도 이미 짠 편이에요. 식약처가 2025년에 낸 자료를 보면 2023년 우리 국민은 하루 평균 3,136mg의 나트륨을 먹었어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의 1.6배예요. 그 절반 이상이 라면 같은 면과 만두, 김치, 국과 탕, 볶음, 찌개에서 들어왔어요. 여기에 얼큰한 해장국 한 그릇이 더해지는 거예요.
숙취에 좋다는 것들은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영국 연구팀은 2022년에 숙취를 줄여 준다는 성분들의 실험을 모아서 살펴봤어요. 건강한 어른에게 가짜 약과 견줘 본 실험만 골랐더니 21건이었어요. 참가자는 다 합쳐 386명이었어요. 실험 하나에 스무 명이 채 안 되는 셈이라 아주 작은 규모예요.
헛개 열매, 홍삼, 배즙처럼 익숙한 이름도 있었어요. 각각 실험 한 건에서 숙취 증상이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하지만 같은 성분을 다시 확인한 실험은 하나도 없었어요. 연구팀은 어떤 성분도 근거가 아주 약하다고 결론 냈어요.
NIAAA의 설명도 같아요. 숙취를 낫게 한다고 과학적으로 확인된 방법은 없고, 도움이 되는 건 시간뿐이라고 해요. 몸이 술 찌꺼기를 치우고, 물을 다시 채우고, 자극받은 곳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에요. 얼큰한 국물만 예외라는 자료도 찾지 못했어요.
그럼 얼큰한 해장은 절대 하면 안 될까요?
그렇게까지 말할 근거는 없어요. 아직 모르는 게 꽤 있어요.
- 술 마신 다음 날 매운 음식을 먹게 하고 속을 살펴본 연구는 찾지 못했어요. 이 글은 따로따로 확인된 사실을 이어 본 거예요.
- 식습관 조사는 '같이 나타났다'까지만 보여 줘요. 매운 음식이 원인인지,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어요. 합친 조사도 두 건뿐이었고 모두 아시아에서 이뤄졌어요.
- 대만 실험은 밥상에서 한 그릇을 먹은 게 아니에요. 검사 중에 고추 소스를 흘려 넣은 거라 실제 식사와는 달라요.
- 해장국 나트륨은 2017년에 잰 평균값이에요. 가게마다 다르고, 국물을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져요.
정리하면 이래요. 얼큰한 국물이 숙취를 풀어 준다는 증거는 없어요. 속을 상하게 한다는 증거도 뚜렷하지는 않아요. 다만 예민해진 속에 굳이 자극과 소금을 더할 이유는 없다는 정도예요. 먹고 나서 속이 더 쓰렸던 기억이 있다면 그 기억을 믿으세요.
그래서 나는 뭘 하면 되나요?
- 일어나면 물부터 한 컵 드세요. 술 때문에 빠져나간 물을 채우는 게 먼저예요.
- 첫 끼는 덜 맵고 맑은 국으로 골라 보세요. 예를 들면 콩나물국, 북엇국, 달걀국이에요. 이런 국이 숙취를 낫게 한다는 뜻은 아니고, 쓰린 속에 자극을 덜 주자는 거예요.
- 국물은 절반쯤 남기고 건더기 위주로 드세요. 앞에서 본 숫자는 국물까지 다 비웠을 때 값이에요.
- 얼큰한 게 꼭 당기면 덜 맵게 주문하고, 다진 양념은 따로 달라고 하세요. 넣는 양을 내가 정할 수 있어요.
- 해장술은 피하세요. NIAAA는 잠깐 나아진 듯해도 숙취를 더 길게 끌 수 있다고 설명해요.
- 할 수 있으면 더 쉬세요. 술 마신 밤에는 잠이 끊겨서 몸이 덜 쉬었어요.
예를 들면 이렇게 바꿔 볼 수 있어요. 아래는 연구 결과가 아니라 실천을 돕는 예시예요.
| 평소 해장 | 이렇게 바꿔요 |
|---|---|
| 짬뽕 국물까지 싹 | 면과 건더기 위주로, 국물은 남겨요 |
| 뼈해장국에 양념 듬뿍 | 양념은 따로 받아 조금만 넣어요 |
| 매운 라면에 김치 | 스프를 덜 넣고 달걀과 파를 더해요 |
| 해장술 한 잔 | 물이나 보리차 한 컵을 마셔요 |
평소 속쓰림이 잦거나 위염,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으로 치료받는 분은 술 마신 다음 날 매운 음식을 특히 조심하세요. 혈압이 높아 싱겁게 먹으라는 말을 들은 분은 국물 양부터 줄여 보세요. 그리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처음부터 덜 마시는 거예요.
자주 묻는 질문
Q. 매운 걸 먹고 땀을 쭉 빼면 술이 빨리 깨지 않나요?
NIAAA는 회복을 앞당기는 방법은 없다고 설명해요. 커피나 샤워도 숙취를 낫게 하지 못한다고 해요. 땀을 내면 빨리 깬다는 걸 확인한 자료는 찾지 못했어요.
Q. 이온음료를 마시면 더 빨리 풀리나요?
몸속 미네랄(전해질)을 따로 보충하는 게 숙취 정도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어요. 대부분은 술기운이 빠지면 몸이 금방 균형을 되찾는다고 해요. 목이 마르면 물을 드시면 돼요.
Q. 머리가 아픈데 진통제를 먹어도 되나요?
조심해야 해요. 술과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만나면 간에 해로울 수 있어요. 아스피린과 이부프로펜은 술처럼 위산을 늘리고 위벽을 자극할 수 있어요. 약사나 의사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 이릿 팁
술자리 다음 날 아침엔 한끼 추천에서 맵지 않은 맑은 국 메뉴를 찾아보세요. 식생활 기록에 해장 메뉴와 그날 속이 어땠는지 한 줄 남겨 두면, 내 속에 맞는 해장이 무엇인지 다음에 바로 알 수 있어요.
※ 연구 내용을 쉽게 풀어 소개하는 글이에요.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아요. 지병이 있다면 식단을 바꾸기 전에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참고문헌
- 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and Alcoholism (NIAAA). Hangovers (fact sheet). 2025
- Roberts E, Smith R, Hotopf M, Drummond C. The efficacy and tolerability of pharmacologically active interventions for alcohol-induced hangover symptomatology: a systematic review of the evidence from randomised placebo-controlled trials. Addiction 2022;117(8):2157–2167
- Lei WY, Hung JS, Wong MW 외. Effects of capsaicin on esophageal peristalsis in humans using high resolution manometry. Neurogastroenterology & Motility 2024;36(12):e14942
- Ostadsharif N, Haghighatdoost F, Forooshani MA, Hajihashemi P, Adibi P. Association between dietary habits and risk of functional dyspepsi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observational data. Journal of Health, Population and Nutrition 2026;45(1):54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 국민의 나트륨·당류 섭취 실태분석 결과 발표 (보도자료). 2025
-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2017 외식 영양성분 자료집 제5권. 2017
- 표지 사진: Jjamppong 4 · Vee Satayamas, CC BY 2.0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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